오늘날의 세계가 <시장> 제도로 지배되는 자본주의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이런 이야기를 내세워서 지구적 경제와 대한민국 경제가 그러한 시장 자본주의의 수혜를 받고 있다고 말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오늘날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시장>은 심한 낭비와 심한 불평등과 심한 고통을 낳고 있다고 말하면 압도적인 숫자의 사람들이 적극 공감할 테지요. 현재 미국에서 한국에서 지구촌 전체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작동하고 있는 시장의 참모습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책, 불평등의 대가에서 스티글리츠는 시장을 한마디로 <불평등을 생산하는 기계장치>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강한 표현으로 시장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는 주장합니다. 상위 1퍼센트가 생산에 기여한 것이 엄청나게 많아 엄청난 부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요. 그들은 자신의 특권과 지위를 이용하여 사회적 생산으로부터 터무니없는 양을 빼앗아 가는 지대 추구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시장 경제를 구성하는 각종 제도는 경쟁과 효율성 투명성 등 교과서에 나오는 시장 경제의 각종 요건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그 1퍼센트의 지대 추구가 더욱 큰 규모로 확대 재생산되고 또 안정적으로 영구화되도록 보장하는 장치로 애초에 디자인되어있다고 말이죠.
아주 급진적인 내용이긴 합니다만, 어느정도는 수긍이 가는 내용이지요. 오늘날 불평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은 추세로서도 증명이 되어있으니까 말이죠. 저자는 노벨상 수상자로서는 드문 편인 진보적인 경제학자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충분히 주류적인 목소리로 증명되어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폐해는 크지만, 현재로서 우리가 다른 체제로 넘어갈 수 있느냐, 를 물어본다면 매우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러한 추세를 줄여주는 각종 정책들이 필요하긴 할 테지만, 결국 얼마나 속도를 늦춰주느냐가 관건 일 것 같습니다. 세계는 그의 주장대로 이미 그러한 불평등을 보장하는 장치로서 디자인되어있다면, 오히려 이러한 불평등을 없애는 정책들은 자본주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겠죠. 이러한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산에 기여하는 바가 적어서 그토록 눈곱만한 소득을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러한 무시무시한 기계 장치의 작동에 치이고 밟히면서 저소득과 불안정성과 파멸의 상태로 밀려나고 있을 뿐인 것이죠. <시장>이 이처럼 가공할 전쟁터로 변질되어 갈 때,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이를 시정하고 바로 잡아야 할 각종 정치적, 사회적 영역의 제도 장치들 또한 이 1퍼센트의 특권과 안녕을 영구화하기 위한 장치로 변질된 지 오래인 것 같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현실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야 할 경제학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처럼 대중들을 세뇌하고 마취시키는 도구가 되었고, 불평등을 시정할 재분배의 마지막 장치인 조세 정책은 1퍼센트 부자들의 손아귀에 떨어져버렸죠.
스티글리츠가 강조하는 바 이러한 불평등의 대가는 아주 비싸다고 합니다. 그는 시장 경제가 대량 생산하고 있는 오늘날의 불평등을 윤리나 정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바로 시장주의자들이 시장의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선전하는 <효율성>의 관점에서 비판합니다.
스티글리츠는 시장 만능을 외치는 보수 우파도, 시장 자본주의를 부인하는 급진 좌파도 아닙니다. 스티글리츠는 전통적인 주류 경제학의 시각과 방법의 틀 안에서 현재 존재하는 바의 시장 자본주의의 실상이 어떠한 것인가를 성실하게 추적해온 정통 경제학자입니다. 이념과 편향을 떠나 이성과 양심을 가진 사람의 눈으로 현존하는 자본주의의 모습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분석한 이 책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줍니다.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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